보도자료


전통체험의 성지 제주 신풍리, 아이 웃음소리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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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주인이다-제주 마을이야기] (4) 신풍리 - 주민들이 팔 걷은 마을 돌봄


마을의 자원과 가치를 주민들이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 시행착오와 현실적 어려움을 넘어 제주 마을 곳곳에서는 ‘작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제주특별자치도마을만들기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주민 주도의 마을만들기를 통해 희망의 증거를 발견한 제주의 마을들을 살펴보는 연중기획을 마련했다.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제주의 미래를 향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 편집자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에 위치한 신풍리는 전통체험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주민들은 이 마을의 브랜드를 '어멍아방 잔치마을'로 정했다. ⓒ제주의소리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는 마을어장과 해안을 끼고 있으면서도 중산간까지 뻗어있어 바다와 산의 정취를 모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어멍아방 잔치마을’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마을은 제주의 생활풍속을 체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전통혼례, 전통놀이, 감물 들이기, 고망낚시, 갱이잡이, 보말수제비 만들기, 밭담길 걷기 등 마을의 문화와 자원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은 이 마을의 독특한 즐길거리다. 프로그램 운영의 핵심 원칙은 ‘마을 주민들이 최대한 많이 참여하는 것’. 생활 속 전승자이기도 한 주민들이 열의를 갖고 기획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에 나선다. 문화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의미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다.

2002년 농업진흥청에 의해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된 후 꾸준히 입소문을 탔고 ‘전통체험 하면 신풍리’라는 말이 나왔다. 유명 관광지가 없던 고요한 마을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한 해 체험객이 3000여명에 이를 정도였다.

 

신풍리 위치도. ⓒ제주의소리

이 모든 게 가능했던 이유는 주민들 사이에 형성된 신뢰와 유대감 덕이다. 특히 10년 전 학교를 살린 경험은 큰 자산이 됐다.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면서 신풍리와 인근 신천리 학생들이 등교하는 풍천초등학교는 폐교 위기를 맞았다. 2012년 28명까지 학생 수가 줄어들었다. 초등학교가 없는 마을이 된다는 것은 마을의 미래가 없다는 얘기나 다름 없었다.

지역주민과 동문,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모아 농촌유학센터를 만들었다. 교육을 위해 이주를 택하는 사람들을 위한 거주 공간이자 커뮤니티 센터 역할을 했다. 행정에서 지원하는 공동주택 임대사업도 서둘러 신청했다.

학교의 교육도 입체적으로 변모했다. ‘궁금한 것 못 참아’라는 이름의 자기주도적 질문 수업이 진행돼 호평을 얻었는데 교장 공모제를 통해 온 고정희 교장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악기연주, 수영, 승마, 볼링 등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서울의 한 초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 체험 활동과 함께 공동으로 영화제도 주최했다. 아이들은 마을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을 통해 바다에서 스킨스쿠버를 하고 전통체험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지역아동센터는 대학생들과 아이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지속 제공했고, 유네스코 제주 워크캠프가 열려 전세계 대학생들이 마을에 머물기도 했다.

한 때 폐교 위기에 처했던 풍천초등학교는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한 학교로 입소문이 나면서 학생 수가 급증했다. 학교와 마을주민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다. ⓒ제주의소리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학생 수는 2019년 100명을 넘어섰고 2022년 현재도 92명을 유지하고 있다. 멀리서도 이 곳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때 폐교 위기를 맞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이는 전체 마을 인구 증가로도 이어져 지난 7년 간 100명 이상 늘었다. 20대 이하 인구가 180명에 이르고, 30대와 40대도 많이 유입됐다.

마을의 다양한 사람들이 협력한 돌봄이 활성화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로 거듭난 것이다.

오금철 신풍리장은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서 학교를 살려놓았다”며 “이제는 이 학교 때문에 마을로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험이 마을 주민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최근 신풍리는 마을의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더 즐겁게 머물다 갈 수 있는 마을’이 되기 위해 체험장을 새로 조성하는 등 체험 휴양마을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봄이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2.45km 길이의 벚꽃길과 오름 남산봉,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불턱 등 마을이 지닌 자산을 좀 더 안전하게 둘러볼 수 있는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오금철 신풍리장. ⓒ제주의소리

공동육아 사업과 같은 마을돌봄, 마을 주민들이 체험지도사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교육 등도 실현할 구상이다.


오금철 이장은 “우리 마을은 사람들이 서로 화합하고 마을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이권 때문에 불협화음이 생기는 일도 없다”며 “시설을 잘해놓고 돈을 많이 버는 게 우선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서로 웃음을 띄면서 단합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좋은 자산”이라며 “사람과 사람이 서로 행복하게 공존하는 곳이 신풍리”라고 말했다.


신풍리는?

총면적 824ha로 332세대, 724명이 살고 있다. 정착주민이 증가하면서 2015년 633명이었던 인구가 꾸준히 늘었다. 2019년 말 기준 연령별 인구 분포를 보면 20대 미만 130명, 20대 57명, 30대 79명, 40대 127명, 50대 126명, 60대 이상 242명 등 젊은 세대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

1423년 정의현의 읍성이 성읍리로 옮겨진 이후 관리들이 읍성과 가깝고 식수가 풍부한 이 곳에 거주하면서 마을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예로부터 양촌(良村) 3리라 불렸던 신풍, 삼달, 난산리 유림들이 모여 시회(詩會)를 열던 관창대, 큰개 포구 앞에 위치한 검은데기 불턱, 어멍아방 밭담길 등이 유명하다. 마을 북쪽에는 정상에 봉수대가 있는 남산봉이 있으며, 길이가 40km가 넘는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인 천미천이 자리고하고 있다. 사전이못, 도운이대못, 사장터못, 가오나못 등 연못이 마을 곳곳에 위치해 있다. 감귤, 한라봉, 레드향 등 만감류와 무가 많이 재배된다.

마을 활성화 사업의 롤모델로 꼽히면서 2020년에는 농식품부 행복마을콘테스트에서 은상을 받기도 했다.


천미천의 풍경. 40.6km에 이르는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 한라산 동북쪽에서 시작해 성산읍 신풍리를 휘감는다. 천미천에는 작은 소(消)가 발달돼있어 소나 말의 음용수, 목욕수로 사용됐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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